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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빛나는 그곳에서: 2025 오사카·간사이 엑스포과학과 기술의 역사 2025. 4. 14. 15:58
2025년, 오사카 유메시마에서 펼쳐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박람회,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단순한 전시의 장을 넘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통합적 시각으로 풀어내는 새로운 무대다. "생명이 빛나는 미래 사회의 디자인"이라는 주제는 기후 위기, 고령화, 기술 의존 사회 속에서 우리가 진정 지켜야 할 가치를 되새기게 만든다.
엑스포가 돌아온 오사카
1970년 오사카에서 열린 첫 엑스포는 일본의 고도 성장기를 상징했다. 당시 '인류의 진보와 조화'를 주제로, 산업 기술의 진보를 자랑하던 일본은 세계를 향해 기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2025년의 오사카 엑스포는 같은 도시, 다른 가치로 돌아왔다.
이번 주제는 산업의 과시가 아니라 '생명'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둔다. 이는 전통적인 성장 중심 사고에서 지속가능성과 공존으로 전환한 사회적 인식의 반영이다.
158개국, 25개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이번 박람회는 글로벌 사회의 공동 문제에 대한 공론의 장이기도 하다. 각국은 자국의 문화, 기술뿐 아니라 생명, 환경, 인간 존중이라는 공통의 가치 실현을 엑스포의 맥락 속에서 시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최초의 대규모 국제 행사라는 점도, 이 엑스포가 가진 재도약의 상징성을 더한다.
세계 최대 목조 구조물 '그랜드 링', 전통과 혁신의 상징
'그랜드 링(Grand Ring)'은 이번 엑스포의 대표적인 건축물이자 건축사적 전환점을 상징하는 구조물이다. 이 거대한 환형 건축물은 직경 약 675m, 길이 2km에 이르며, 총 사용 목재량은 27,000㎥에 달한다.
사용된 자재는 일본산 삼나무와 노송나무를 기본으로, 유럽산 소나무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 고유의 목공 기술인 '누키 공법'을 기반으로 현대적 내진 기술과 철제 보강을 절묘하게 융합했다는 점이다. 이는 일본 전통 사찰에서나 볼 수 있던 기법을 현대 대형 구조물에 적용한 사례로, 세계 건축계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2025년 3월, 이 구조물은 기네스북에 '세계 최대 목조 건축물'로 등재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랜드 링의 하부 공간은 자연의 그늘 역할을 하며 방문객들에게 여름철 쾌적한 쉼터를 제공하고, 상부에 설치된 '링 스카이워크'는 지상 12m 높이에서 엑스포 전역을 조망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스카이워크를 걷는 순간, 관람객은 단순한 구조물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 기술과 전통, 개별 국가와 전 세계가 서로 연결된 상징의 고리를 걷고 있다는 감각을 체험하게 된다. 그랜드 링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엑스포의 철학과 메시지를 고스란히 품은 입체적 서사 공간인 셈이다.
엑스포가 담은 생명, 연결, 지속가능성
이번 엑스포는 단지 기술 전시의 공간이 아니다. 전시관들은 생명공학, AI, 친환경 에너지, 우주 탐사 등 미래기술을 넘어서, 그 기술이 인간과 자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묻는다. 예컨대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박동하는 심장 전시는 생명공학의 진보와 동시에 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대형 드론과 우주 암석 전시는 과학의 경외감과 인간 중심의 기술 활용에 대한 반성을 함께 촉진시키는 의미를 지닌다.
한국관 'With Hearts': 정서와 기술의 융합
한국은 'With Hearts(마음을 모아)'라는 주제 아래, 고유한 문화적 감성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전시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 이 전시의 핵심은 단순한 기술 시연이 아닌, 관람객의 감정과 공감, 기억을 자극하는 감성적 몰입이다. 세 개의 전시관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다양한 세대와 국적의 방문객을 끌어들인다.
첫 번째 전시관에서는 참여형 인공지능 기반 인터랙션 기술이 도입되어, 관람객의 목소리를 수집해 AI가 이를 시각적 빛과 음악으로 재구성한다. 마치 음성의 파동이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 위에서 꽃처럼 피어나는 장면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극적인 연출이다. 이 전시는 각자가 미래에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남길 수 있어, 전시가 끝난 이후에도 데이터 형태로 저장되는 '디지털 유산'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다.
두 번째 전시관은 수소연료전지를 기반으로 한 친환경 에너지 체험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인터랙티브한 그래픽과 체험 장비를 활용했으며, 실제 수소 전기 자동차의 작동 원리를 눈앞에서 체험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도 포함된다. 이는 단순한 전시가 아닌, 지속가능성 교육의 현장으로 기능한다.
세 번째 전시관은 K-POP과 모바일 기술의 접점을 활용하여 관람객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공연 기반 체험 공간이다. 360도 몰입형 영상,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K-스타 체험, 전 세계 팬들의 메시지를 집약한 '글로벌 하트 월'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 공간은 한류의 정서가 단순한 문화 트렌드를 넘어 세계인을 연결하는 언어가 되었음을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전시관 전체 외관은 백색 마감재 위에 전통 직물 한산모시의 질감을 형상화했고, 입구와 출구는 청사초롱의 부드러운 곡선미를 모티브로 설계되어 한국 전통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건축적 실험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관은 기술과 인간 중심성을 동시에 강조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연결'이라는 동아시아적 감성이 어떻게 세계적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강렬히 보여주고 있다
5월 13일, '한국의 날'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한국의 날'은 단순한 문화 행사를 넘어, 국가 브랜드를 강화하고 외교적 파트너십을 심화시키는 복합 문화외교의 실험장이 된다. 이날 펼쳐지는 K-POP과 J-POP의 합동 콘서트는 동아시아 대중문화의 공진화를 보여주는 무대로, BTS, Aimer, 세븐틴 등 양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같은 무대에 올라 수만 명의 관객과 교감하는 장관을 연출할 예정이다.
특히 조선통신사 뱃길 재현은 단순한 역사 퍼포먼스를 넘어, 조선과 에도 시대의 실제 외교 사절단 항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행사로, 과거 한일 교류의 상징적 복원을 통해 양국 간 신뢰 회복을 의도한다.
이와 더불어 K-푸드 페어는 불고기, 김치, 한과부터 퓨전 한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통해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인과 공유하는 장이 된다. 방문객은 단순한 시식이 아닌, 음식에 담긴 스토리와 정신, 그리고 한국인의 정서를 함께 체험하게 된다.
또한 '한일 우호 만찬'은 양국의 정계, 경제계, 문화계 인사가 한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교류 방안을 논의하는 실질적 외교 이벤트로, 단순한 의례를 넘어 장기적 협력 비전을 공유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이처럼 2025년은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라는 문화와 외교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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