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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추월한 한국 반도체, 왜 뒤처졌나경제에 투영된 역사 2025. 2. 24. 19:20
세계 경제와 기술경쟁에서 반도체 산업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국은 한때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위상을 자랑했으나, 최근 중국의 급부상과 미국의 견제로 인해 입지가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과 2024년 사이 이뤄진 전문가 설문결과가 극명하게 대비되며,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 전력반도체, 차세대 센싱 기술 등 주요 영역에서 중국이 한국을 추월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를 낳은 배경으로는 중국 정부의 대규모 국가지원정책, 주요 기술인력의 대거 이동,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된 공급망 변화 등이 꼽힌다.
중국의 반도체 성장 배경
중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특히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기업 간 기술 협업이 촉진되면서 핵심 기술 확보가 빨라지고 있다. 그 결과 최근 2~3년간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흔들며, 한국과 미국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대규모 국가지원과 정책적 우대
중국 정부는 ‘중국제조2025’ 같은 국가전략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우대하고 있다. 핵심 장비 도입, 대학 연구 인프라 확충, 기업 세제 혜택 등을 전폭 지원한다. 2020년대 들어 반도체를 국가 안보·경제와 직결된 분야로 정의하면서 정부 차원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2021년 이후 일부 반도체 제조 기업들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로부터 대규모 R&D 펀딩을 받고 공장 증설에 속도를 냈다. 이는 반도체 시장에 대규모 물량공세가 가능하도록 해, 기술 습득과 시장 점유율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핵심 기술인력 영입과 혁신 전략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해외 인력, 특히 한국·대만·미국 출신의 핵심 엔지니어와 연구자를 대거 영입해왔다. 일부 기업은 역외에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에게 고액 연봉과 연구환경을 제공하며 기술 축적을 가속화했다. 여기에 중국이 대형 기술박람회나 국제 학술 포럼을 적극 개최해 외국 전문인력과의 교류를 확대함으로써, 최신 반도체 설계·공정 기술을 비교적 단기간에 습득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이는 2022~2024년 사이 여러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층 높아진 원동력으로 꼽힌다.
AI 반도체 연구개발 가속화
중국은 AI 기술을 국가 안보와 미래 산업의 근간으로 여긴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 연산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커졌다. 2020년 이후부터 텐센트, 알리바바, 화웨이 같은 글로벌 IT·통신 기업들은 대형 R&D 센터를 세워 AI 칩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활용해 프로토타입 칩을 빠르게 테스트·개량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한국이 강점을 지닌 양산형 메모리 영역을 넘어 AI 연산용 칩셋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한국 반도체 경쟁력의 변곡점
한국 반도체 산업은 과거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급성장하며 세계 시장을 주도했다. 그러나 2022년 전문가 설문에서 앞섰다고 여겨졌던 분야들이 3년 만에 중국에 역전당했다는 분석은 산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공정·양산 공정에서는 여전히 중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가지만, 기초·원천 기술력이 흔들리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근본 경쟁력마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2년 설문과 2024년 반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22년에 진행한 기술 수준 평가 당시,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차세대 센싱 기술에서 중국보다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2024년 동종 설문에서 이 분야 대부분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막대한 자본력으로 핵심 부품과 재료, 장비 업체까지 육성해 짧은 기간에 기술 격차를 좁혔다고 분석한다. 이로써 한국 산업계가 ‘기술 선도국’이라는 인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공정·양산 강점과 기초·원천 기술 약점
여전히 한국은 정밀 공정기술과 대량 양산 노하우를 보유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과 품질 면에서 선두권을 유지한다. 하지만 반도체 기초 설계, 소재, 장비 원천 기술은 중국이 점차 지식재산권과 노하우를 쌓으며 격차를 줄이고 있다. 이는 1980~1990년대 일본이 메모리 생산량에선 미국을 앞섰지만, 결국 설계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에 추월당했던 사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미·중 견제와 R&D 투자 한계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양측의 견제를 동시에 받고 있다. 미국은 안보적 이유로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및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한편,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지 구축을 독려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기업들은 중국 공장 운영과 미국 시장 진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또한 국내 R&D 투자 규모가 제한적이고, 정부 지원 정책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기술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차세대 고성능 센서와 패키징
반도체 패키징과 차세대 센서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로 손꼽힌다. 자율주행, IoT, 로보틱스 등 스마트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센서와 초소형·고집적 패키징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 영역에서 중국이 국책 프로젝트를 통해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이 구축해온 앞선 기술을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의 약진
고집적·저항 기반 메모리는 저장 밀도와 전력 효율성 면에서 차세대 메모리로 주목받는다. 한국이 2022년까지만 해도 해당 기술 분야에서 우위를 보유했으나, 중국은 기술 라이선스 확보와 자체 제조 인프라 구축에 적극 투자하며 2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중국 기업은 일본의 특허 기업과 협력해 생산라인을 강화해, 전 세계 고객사로부터 상당한 주문량을 유치하기도 했다.
전력반도체와 고성능 센서의 부상
전력반도체는 전력 변환과 제어의 핵심 요소다. 과거 한국이 보유하던 경험과 노하우가 상당했으나, 최근 중국 업체들이 전력반도체의 효율 및 내구성 향상 기술을 확보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였다. 동시에 자율주행과 사물인터넷 시대에 핵심인 고성능 센서 부문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다채로운 시제품을 내놓고 있다. 2023년 선전(深圳)의 한 스타트업은 레이더 센서 기술을 세계 최초로 실제 교통 신호체계와 연동해 시범 운영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미래 자립을 위한 패키징 기술
반도체 성능이 고도화될수록 패키징 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다. 초고밀도 칩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열·적층하고, 발열과 신호 지연 문제를 해결하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다. 중국은 메모리와 로직 칩을 한 패키지에 구현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국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미 특정 분야에서는 실험실 단계에 머물렀던 프로토타입을 상용화 단계로 끌어올렸다. 한국 역시 이 부문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현장 전문가들은 “해외 인력과 장비 의존도가 높아 지속적인 기술 자립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핵심 인력 유출의 심각성
한국 반도체 산업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핵심 인력 유출이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이 인재를 대규모로 스카우트해 가면서 국내 인재풀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신기술 개발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는 점이 우려된다.
중국 기업의 스카우트 전쟁
2018년 무렵부터 중국 대형 반도체 기업들은 한국 엔지니어와 연구원에게 연봉 2~3배 수준의 파격 조건을 제시하며 적극 영입에 나섰다. 이는 일부 고경력 연구진이 중국으로 이직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결과, 기밀에 가까운 공정·설계 노하우가 해외로 유출되고, 한국 내 반도체 산업 기반이 약화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국내 인재 양성과 보상 체계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대학과 기업 연구소 연계를 확대하며 반도체 전문 인력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연구 현장에서는 전문 시설 부족, 박사급 연구원 취업처 미흡, 업계 초봉 격차 등이 걸림돌이 된다. 또한 국제 저명 학술지에 꾸준히 발표할 만한 독창적 연구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두뇌 유입과 글로벌 협력
한국 반도체 산업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해외 인재를 국내에 유치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미국·유럽 등지의 반도체 전문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R&D 센터를 운영한다면, 중국의 빠른 추격에 대응하면서 기술력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미·일·유럽 주요 반도체 기업과의 공동 연구개발 및 특허 공유 등도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지키는 열쇠로 부각된다.
반도체 산업의 향후 과제
전문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체계적 지원정책이 결합된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공급망 재편, AI 반도체 육성, 기초·원천 기술 강화 등 다각도의 노력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첨단 반도체 제조 경쟁력 확보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협력 아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가져갈 필요가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나 차세대 식각·증착 기술 등을 선점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불량률을 줄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 또한 각 지역에 분산된 생산기지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해 공급망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확장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의 미래 먹거리로 불린다. 한국은 과거 메모리 분야에 집중 투자하면서 시스템 반도체 설계 경쟁력을 키우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다. 이제는 스타트업부터 대기업까지 시스템 반도체 관련 생태계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을 육성해 글로벌 팹리스(Fabless) 시장에 본격 진출해야 한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분야와 연계해 시너지를 만들어낼 전략이 절실하다.
정책적 지원과 국제 공조
반도체 산업은 자본과 시간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장기 프로젝트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가 연구개발(R&D) 예산 확대, 세제 혜택, 기술 교류 프로그램 등 종합적 지원 정책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중국과 미·일 등 주요국이 자국 중심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한국 역시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해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기존 인재 유출과 해외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면서, 지속적인 정보 교류로 공동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이 공정과 양산 부문에서는 여전히 강점을 지닌다고 하지만, 기초·원천 및 설계 분야의 경쟁력 저하가 뚜렷해 우려를 낳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반도체 기술만이 한국에 다소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국내 R&D 투자 확대와 인재 유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에 더해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확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확장, 핵심 인력 육성과 글로벌 협력이 필수 과제로 지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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